토요일날은 하루종일 우중충한 날씨가 계속되었고 '서대문역'이라는 곳에 가는 길에 떠오른 곳이 서대문 형무소.

언젠가 인터넷에서 그 쓸쓸한 형무소의 모습을 본 기억도 떠올라서 서대문 형무소를 찾아가 보았다.


서울의 모든곳이 낯선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갈 것인가...

지하철을 타고 가려니 3호선인 독립문역 까지는 상당히 환승도 많이 해야 했기에, 단 한번의 환승으로 독립문 역까지 갈 수 있는 버스를 선택하게 되었다.



어렵지 않게 독립문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찾을 수 있었고 그 곳을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이게 뭔가...

독립문 주위로 금속 펜스가 둘러쳐져 있고 일반인의 접근은 제한된 듯 했다.


설마 독립문처럼 서대문 형무소도 뭔가 보수 공사를 하고 있지 않을까 라는 불안한 생각과 미리 알아보지 않고 이 곳을 찾은 내 자신을 탓하면서도 발걸음을 옮겼다.


[망루 및 담장]
  탈옥을 막고 동태를 감시하기 위해 1923년에 설치


서대문 형무소 입구까지 도착했을 때 나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형무소 입구의 안내 창구 같은 곳에서 티켓을 구입해서 내부로 들어 갈 수 있었다.


들어가자 말자 나를 맞아주는 것은 서대문형무소 역사전시관.

'경성감옥'으로 부터 시작된 서대문 형무소의 역사와 그 곳에 억울하게 투옥되었던 애국지사들, 그리고 일제강점기의 항일투쟁에 대한 이야기와 볼거리 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전시물을 관람하면서 숙연한 마음을 가지기도 전에 좁은 건물내에 관리도 안한듯 방치되어 있는 시설과 초등학생의 수준에 맞을 만한 전시물들은 나에게 실망감만을 안겨주었다.

또한 오래된 건물이라서 그런지 과도하게 사용한 방향제는 관람객들의 코를 자극하여 신경이 거슬리게 만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단체로 견학온 어린 아이들의 소음까지 겨우 견뎌내면서 전시실을 관람하고 들어선 곳은 실제 감방이 있었던 건물.


[옥사는 보수공사 중]

이 곳 형무소도 보수공사가 한창인지 비계가 설치되어 있고 곳곳에 출입이 금지 되어 있었는데, 중앙사를 거치고 옥사를 걸으면서 관람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옷을 껴입고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옥사 내부는 추웠다.

그것이 정말 날씨가 추워서 였는지 그 안의 느낌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주위에 같이 관람하는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싹함이 온 몸을 휘감았다.


[감방속에서...]



[빛]

옥사를 나서서 간 곳은 어린이들이 보기 좋게 각종 체험거리를 만들어 놓은 '공작사'

그 곳을 지나니 보이는 곳이 바로 '사형장'이었다.

차마 사형장을 정면으로 보고 사진을 찍을 순 없어서 그 옆을 지났고, 사형장 옆에 우뚝 솟은 나무는..



이름하여 '통곡의 미루나무'

사형집행을 당하러 가는 길에 이 나무를 붙잡고 울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사형장 옆에 있는 이 좁다란 동굴은 사형을 집행하고 난 뒤, 시신을 교도소 밖으로 옮기던 '시구문'이다.



제일 마지막으로 보이는 곳은 '유관순지하감옥'이라 이름 붙여 진 곳으로 여성만을 투옥시키던 지하감옥이라고 한다.

유관순열사가 고문끝에 순국하여 '유관순굴'이라고도 불린다.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로는 어느곳에도 뒤지지 않지만, 그 속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가슴아프고 슬프기만한 우리의 역사였다.

지금은 관리공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관리된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훼손된 곳도 많았고 내용도 부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고 그에 화가날 정도였다.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을 통해서 우리의 옛 과거와 나쁜 일제 라는 인식보다는 과거의 의미를 되새기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이 곳을 찾은 어린이들에게 제공해줄 수 있는 컨텐츠와 시설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의 보수공사는 2009년 7월께에 끝난다고 하니 방문을 계획하는 관람객들이라면,

그 이후에 방문하는 것이 이 곳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는 방법이 될 것 같다.

홈페이지 : https://www.sscmc.or.kr/culture2/default.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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